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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영향
반면 부정적 영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장 경쟁 감소와 요금 인상 우려가 우선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두 OTT가 합쳐지면 국내 OTT 시장의 주요 사업자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들어 경쟁 약화가 불가피하다. 공정위도 시장집중도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을 지적하며 내년 말까지 요금 동결을 조건으로 건 만큼, 합병 이후 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티빙과 웨이브 모두 각자 독점 콘텐츠를 보유해 왔기 때문에, 결합 후 독점 콘텐츠의 구독료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경우 이용자 피해가 우려된다. 경쟁사의 선택지가 줄어들어 소비자의 대안이 제한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타 OTT·콘텐츠 업계에 미칠 영향도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티빙-웨이브 통합으로 넷플릭스와 통합OTT의 양강 체제가 형성되면, 쿠팡플레이나 디즈니+ 등 후발 주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국내 OTT 시장의 과점화로 이어져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나 중소 OTT의 성장은 어려워지고, 콘텐츠 공급사 입장에서도 플랫폼이 줄어들어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합병이 국내 OTT 산업의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기존 강자들 간 시장쏠림을 강화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합병 시너지의 불확실성이다. 두 회사의 통합이 예상만큼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회의론도 있다. 예를 들어 웨이브의 경우 최근 지상파 콘텐츠의 배타적 공급권을 상실(SBS가 넷플릭스에 콘텐츠 제공)하며 콘텐츠 경쟁력이 이미 약화된 상황이다. 따라서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것만으로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조직 문화 통합과 플랫폼 기술 통합 등 합병 과정의 난제들도 있어, 통합 OTT가 단기간에 실질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T의 입장과 남은 과제
KT는 왜 티빙-웨이브 합병에 신중하거나 부정적 입장일까? KT 측에서는 이번 합병이 자사에 실익이 크지 않고 오히려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KT 미디어콘텐츠 담당 임원이 “티빙-웨이브 합병이 KT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에서 이러한 시각이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KT가 우려하는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콘텐츠 유통 채널 축소에 대한 우려다. KT의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는 드라마·예능 등 콘텐츠 제작·유통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런데 티빙과 웨이브가 하나로 합쳐지면 KT가 콘텐츠를 공급할 OTT 플랫폼의 수가 줄어들어, 자사 콘텐츠를 판매하고 노출시킬 채널이 축소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 플랫폼 통합으로 콘텐츠 수요처 다변화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되는 셈이다.
두 번째는 기존 전략적 제휴의 훼손 가능성이다. KT는 원래 자체 OTT ‘시즌(Seezn)’을 티빙과 합병(2022년)하면서 CJ ENM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긴밀히 협력해왔다. 그 결과 티빙 지분 13.54%를 확보하며 2대 주주 지위에도 올랐다. KT는 IPTV 서비스 지니TV 내에서 티빙 등 OTT 제휴를 확대해 왔는데, 만약 티빙이 웨이브와 합쳐지면 웨이브와 밀착한 SK브로드밴드(경쟁 통신사의 IPTV)와의 관계 설정 문제가 생긴다. 즉, KT-CJ 간 제휴 균열과 KT IPTV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협력 관계를 처음부터 재조정해야 할 수 있어 KT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변화다.
마지막으로 합병 효과에 대한 회의와 지배구조 이슈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단순한 규모 확대가 OTT 경쟁력으로 이어질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앞서 언급했듯 웨이브의 콘텐츠 경쟁력이 이미 약화된 상황에서, 합병 법인이 과연 글로벌 OTT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다. 또한 KT로서는 합병 후 지분율이 낮아져 의사결정 참여나 경영 개입 여지가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CJ ENM이 통합 법인의 최대주주, SK스퀘어가 그 다음 주주가 될 것으로 거론되는데, KT는 사실상 소수주주로 밀려나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시나리오를 우려한다. 합병 법인의 전략에서 소외되거나 자사 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처럼 KT의 복합적 고민이 해소되지 않는 한, KT가 합병 동의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KT를 제외한 주요 주주들은 큰 틀에서 합병에 공감한 상태여서, 공정위 승인이라는 모멘텀이 생긴 지금 KT와의 협상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약 KT의 반대가 끝내 철회되지 않는다면 앞서 말한 대로 합병은 유령처럼 형식적 통합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출처 : 파이낸셜 뉴스(https://www.fnnews.com/news/202402201823497031)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조건부 승인을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티빙-웨이브 합병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KT의 입장을 고려한 절충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KT가 우려하는 콘텐츠 유통 문제를 해소할 협력 방안 제시, 합병 법인 내 KT의 역할 보장 또는 적절한 지분 정리(exit) 등이 협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와 업계 전반의 토종 OTT 육성 기대감 속에, KT가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K-OTT 지원 기조와 여론의 압박은 KT에게도 무시하기 어려운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합병 성사의 열쇠를 쥔 KT가 어떠한 선택을 내릴지, 그리고 그 결정에 따라 국내 OTT 생태계의 향방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넷플릭스에 맞서는 '메가 K-OTT'의 탄생이 현실이 될지, 또는 이해관계 조율 실패로 좌초될지 향후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