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OTT 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티빙-웨이브 합병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아 현실화에 한 발 다가섰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관문은 2대 주주 KT의 동의다. KT는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합병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왔으며, 결국 KT의 결정이 합병 성사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공정위 조건부 승인 내용과 의미, 국내 OTT 산업에 미칠 영향 중 긍정적 영향에 대해,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OTT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그리고 KT의 입장과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과 그 의미
공정위는 지난 6월 10일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티빙 경영진이 웨이브 이사회에 합류하는 임원 겸임 방식의 통합으로, 사실상 합병을 위한 사전 단계 조치다. 공정위는 합병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부과했다.
1. 2026년 말까지 기존 요금제를 유지할 것
2. 서비스 통합 후에도 현행과 유사한 수준의 요금제를 운영할 것
이처럼 요금 인상 우려를 차단하는 조치를 통해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공정위도 “티빙-웨이브 결합으로 OTT 시장 상위 4개 사업자가 3개로 줄어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면 가격설정 능력이 커져 요금이 실질적으로 인상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두 업체 결합 시 상위 사업자가 3개로 감소해 경쟁 제한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러한 조건을 달았다(공정위 보도자료, 2025.6.20.).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으로 티빙-웨이브 통합 OTT 출범은 규제 당국의 큰 산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남은 과제는 양사 주주의 최종 합의다. 특히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지분 13.5%)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KT가 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만큼 향후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공정위 승인으로 공은 이제 KT로 넘어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T의 동의 없이는 법적으로 완전한 합병이 불가능하며, 최악의 경우 양사 경영진만 겸임한 채 두 법인을 별도로 운영하는 반쪽짜리 통합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KT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실질적 합병 성사의 열쇠가 되었다.
국내 OTT 산업에 미칠 영향
티빙-웨이브 합병이 성사될 경우 국내 OTT 시장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우려되는 부정적 영향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긍정적 영향
티빙과 웨이브의 이용자를 합치면 국내 OTT 가입자 규모가 넷플릭스와 맞먹는 수준이 된다. 실제로 작년 기준 이용자 점유율은 넷플릭스 33.9%, 티빙 21.1%, 웨이브 12.4%였는데, 두 회사 합산 점유율은 33.5%로 넷플릭스에 거의 육박한다. 이로써 국내 OTT 시장이 기존 ‘넷플릭스 1강’ 체제에서 ‘넷플릭스 vs 통합 OTT’의 2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또한 규모의 경제로 콘텐츠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티빙과 웨이브는 각자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해왔다. 티빙은 2022년에 영업손실 1,191억 원, 웨이브는 1,217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양사 모두 적자가 누적되어 왔다. 합병을 통해 이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투자·운영 효율화를 이루면 콘텐츠 투자 여력이 늘고 재무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확보해 적자 폭을 줄이고 글로벌 OTT와의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콘텐츠 시너지 및 사용자 편의 증진도 긍정적 효과로 볼 수 있다. 통합 OTT가 출범하면 국내 이용자들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국산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지상파 3사의 콘텐츠(웨이브)와 CJ ENM 및 tvN 계열 콘텐츠(티빙)는 물론, 과거 각각 독점 공급되던 스포츠 중계나 실시간 방송 기능 등 다양한 콘텐츠와 기능을 한 곳에서 즐기는 편의성이 증가한다. 콘텐츠 풀(pool)이 커진 플랫폼은 더욱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도 나설 수 있어 국내 OTT 생태계 전반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토종 OTT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이 가장 큰 효과일 것이다. CJ ENM을 비롯한 업계는 글로벌 OTT(넷플릭스 등)의 득세로 국내 시장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 티빙-웨이브 합병을 통해 국산 OTT의 경쟁력을 결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 역시 K-콘텐츠 육성과 토종 OTT 플랫폼 강화를 국정 과제로 내세운 만큼, 이번 합병 추진을 정책적 지원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공정위의 승인 결정에도 이러한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며, K-OTT 육성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통합 OTT는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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