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콘(텐츠)은 넷플(릭스)로 통한다_2
수년간 넷플릭스의 콘텐츠 수급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시작해서 현재는 스포츠, 지상파 콘텐츠 등 대부분의 콘텐츠를 수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콘텐츠 유통 지형도 변화하고 있으며,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도 확실한 혁신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최근 있었던 넷플릭스와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사 TF1의 서비스 공급계약과 유사한 사례 및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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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사 사례
프랑스의 TF1 사례에 앞서, 국내도 지상파 방송사 SBS가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2024년 12월 SBS는 넷플릭스와 6년 기간의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으며, 2025년부터 넷플릭스를 통한 자사 프로그램 제공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으로 SBS의 최신 드라마, 예능, 시사·뉴스 프로그램까지 폭넓은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공급될 예정이며, 예능 <런닝맨>,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 스포츠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프로그램들과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 등의 인기 드라마가 모두 넷플릭스에서 제공된다.
특히 일부 신규 드라마는 2025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하기로 계획되어, 넷플릭스가 다국어 자막·더빙과 현지 마케팅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SBS 측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K-콘텐츠를 접하게 되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화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고, 넷플릭스 측도 “SBS와의 혁신적 협력이 한국 이야기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 것”이라고 화답하였다.
출처 : SBS뉴스(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923412)
이처럼 SBS-넷플릭스 제휴는 그동안 경쟁관계로 인식됐던 국내 지상파와 글로벌 OTT가 손을 맞잡은 사례로 큰 화제가 되었다. SBS는 국내 방송3사(KBS·MBC·SBS) 공동 OTT인 웨이브(Wavve)의 주주이기도 한데, 자사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공급하기로 한 결정은 국내 OTT 독점전략의 한계를 드러낸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수익·유통 기회 모색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SBS 계약 발표 직후 MBC나 KBS 등 다른 방송사들도 넷플릭스와 제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업계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전통 방송사와 글로벌 OTT의 협력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닛폰TV(Nippon TV)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자사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제공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25년 6월 일본의 주말 예능 <Golden SixTONES>는 닛폰TV에서 방송되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일본 방송과 동일한 주간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된 첫 사례이다.
이처럼 글로벌 OTT가 현지 방송사의 콘텐츠를 확보하여 국제적 성공을 견인하거나, 반대로 현지 방송사가 글로벌 OTT와 제휴하여 자국 콘텐츠의 해외진출 통로를 확보하는 상호 협력 모델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BBC와 넷플릭스가 드라마 <드라큘라> 등을 공동제작 및 배급하는 식으로 협력하거나, 일부 영국 채널4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지상파로 방영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논의되는 등(예: The Crown 방영 협의), 국가별로 OTT-방송사 협력은 형태를 달리하고 있다. 요컨대 전세계 방송사들은 더 이상 OTT를 배척하기보다는 부분적으로라도 손잡고 윈윈(win-win)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프랑스 TF1과 한국 SBS 사례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4. 향후 전망: 넷플릭스 글로벌 전략과 국내 OTT·방송 산업 영향
<넷플릭스의 글로벌 시장 전략>
이번 TF1 제휴를 통해 엿볼 수 있듯, 넷플릭스는 향후 글로벌 슈퍼 미디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1위 OTT로서 가입자 성장세가 정체되는 국면에서, 기존 방송 콘텐츠·라이브 스포츠 등 신규 카테고리를 포섭하여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최근 광고 포함 저가 요금제 도입, 게임 서비스 추가, 그리고 이번 방송채널 통합 제공 등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권 획득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TF1처럼 스포츠 콘텐츠 보유 방송사와 제휴하여 간접적으로 스포츠 시청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이번에 시사되었다.
이러한 “슈퍼 앱” 또는 “슈퍼 플랫폼”화 전략은 넷플릭스만의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와 추천 알고리즘을 결합해 개인화된 통합 미디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다른 나라의 주요 방송사들과도 유사한 파트너십을 확대하여, 각 지역별 현지 콘텐츠와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를 한데 묶는 거대한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구독자 유지 및 신규 가입자 창출에 기여하는 한편, OTT 시장 포화 속에서 서비스 차별화 및 추가 매출원(예: 광고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넷플릭스가 이러한 콘텐츠 집권화 전략을 펼칠수록, 각국 미디어 규제나 반독점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어 향후 정책 동향도 주목된다.
<국내 OTT 및 방송 산업에 미칠 영향>
넷플릭스와 방송사 간 제휴의 물결은 한국 등 국내 미디어 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국내 OTT 업계는 콘텐츠 경쟁력과 규모 면에서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토종 OTT끼리의 합종연횡이 시도되고 있다. 2023년부터 논의된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의 합병 추진이 그 예인데, 2025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이후 합병이 가시화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합병이 늦은 감이 있고, 이미 SBS가 넷플릭스와 계약하며 국내 OTT의 독점 콘텐츠 전략이 흔들렸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합병된 티빙-웨이브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는 약 1,128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여전히 넷플릭스의 국내 1,450만 명 수준에 못 미쳐 근본적 격차가 있다. 더욱이 향후 MBC나 KBS 등도 글로벌 플랫폼과 제휴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국내 OTT가 키 콘텐츠를 잃고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반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한 글로벌 판로 확보와 추가 수익 창출의 장점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내 OTT 업계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강화와 서비스 혁신 등 자구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며, 정부도 세제 지원이나 규제 완화 등으로 토종 OTT를 육성하려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할 필요가 있다.
한편 국내 방송사들은 제작사 및 콘텐츠 공급자로서의 역할에 보다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OTT와의 협력을 통해 자체제작 콘텐츠의 해외 시청층을 확보하고 수익을 다변화할 수 있지만, 플랫폼 주도권은 넷플릭스 등 거대 사업자에게 넘어갈 위험도 내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방송사들은 독자 OTT인 웨이브의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 OTT와의 전략적 제휴 간 균형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요약하면, 넷플릭스의 글로벌 공세와 전통 방송사의 제휴 확대 추세 속에서 국내 미디어 산업은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향후 콘텐츠 품질 향상과 차별화 전략이 생존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